[신간] 버나드 쇼의 문장들
경봉시집·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버나드 쇼의 문장들 = 버나드 쇼 지음. 박명숙 엮고 옮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누군지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구절이다.
버나드 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묘비명을 쓴 사람 정도로 주로 알려졌지만, 실은 희곡 '피그말리온', '인간과 초인' 등을 쓰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작가이자 사회비평가였다.
'버나드 쇼의 문장들'은 불문학자이자 영어·불어 번역가인 저자가 버나드 쇼가 남긴 작품과 글들에서 추린 명문장들을 영어 원문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버나드 쇼, 나를 말하다', '버나드 쇼의 아포리즘', '버나드 쇼의 작품 속 문장들'의 세 부분으로 나눠 버나드 쇼가 남긴 촌철살인의 구절들을 엄선해 담았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그 점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 "셰익스피어는 나보다 훨씬 크지만 나는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다" , "대중을 멀리하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자신의 꿈을 좇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민주주의는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 만큼 다스려지기를 보장하는 하나의 장치다" 등 천천히 곱씹어볼 만한 구절들이 많다.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으로 알려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역자는 이렇게 우리말로 옮겼다.
"이만큼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마음산책. 348쪽.
▲ 경봉시집 = 정석 지음. 최두헌 옮김.
"해는 푸른 산 비추고 / 밤 되니 물 흐르네 / 천 번 변해도 변치 않고 / 만 번 변해도 이와 같도다 / 강남이 바로 앞 삼천 리이니 / 다시 쉬고 쉬면서 차나 한잔하게 / 씨익!"(경봉시집 중 '아침에 읊다'에서)
경남 양산 통도사의 선승이었던 경봉(鏡峰) 정석(1892~1982)의 시 모음집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선사였던 경봉은 한국 시승(詩僧)의 계보를 잇는 시인 승려였다. 자연과 일상 속의 깨달음, 창작에 관한 소회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편들에는 시인이 수도승으로 생활하며 체득한 선(禪)적인 깨달음과 깊은 한문학의 정취가 짙게 담겼다.
이 시집은 출판브랜드 '지만지한국문학'의 지역 고전학 총서 시리즈로 출간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문학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지역의 고전들을 지방대 교수들과 학자들의 연구를 거쳐 출간하고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는 '경봉시집'을 비롯해 '신당일록', '예암시선', '열상기행절구', '태재시선', '용만본문록' 등 영호남과 경기·강원에서 활동했던 문장가와 학자들이 지은 작품선 10종이 편찬됐다.
지만지한국문학. 445쪽.
▲ 김남조 시의 정동과 상상 = 방승호 지음.
지난해 10월 별세한 김남조 시인의 문학세계를 정동이론(Affect Theory)과 상상의 개념을 통해 탐구한 학술서다.
김남조는 기독교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 의식을 담은 시 1천여 편을 남겨 '사랑의 시인'으로 불렸던 시인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고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모든 존재가 공존하고 상생하기를 희망하는 탈주체적 사유가 김남조 시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푸른사상. 296쪽.
yonglae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2/20 11: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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